아이스크림의 유통기한

엊그제 내린 비로 들녘의 논에 물이 가득 고이자 어떻게 알았는지 개구리들이 몰려

와“개굴~ 개굴~” 합창소리가 요란하다.

아마도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던 개구리들을 봄비가‘빨리 일어나라!’깨운 것 같

았다. 작년 이맘때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논에 모를 심지 못해 아우성이었는데 금년에는 충분히 내렸기 때문에 논마다 가득

고여 있는 물, 그리고 개구리들의 합창소리,

짙푸른 신록(新綠)이 풍년농사를 예고하는 것 같아 농부(農夫)도 아닌 내가 마음이

설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

어서자. “어서 와!”하며 먼저 도착한 친구(親舊)들이 반긴다.

“잘들 계셨는가? 몸도 건강하시고? 집안도 다 무고하시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

며 식사를 하는데 후배 한 사람이 주인아주머니께

“오늘은 날씨가 무더워서 그런지 땀이 계속 흐르네요. 혹시 냉장고(冷藏庫)에 시

원한 얼음 있으면 가져다주실 수 있을까요?”묻자

“예! 알았습니다.”대답이 끝나자 다른 후배가“냉장고에 들어있는 얼음도 그렇겠

지만 아이스크림도 유통기한이 있데요.”하고

말을 꺼낸다. “그것도 사람이 먹는 식품(食品)인데 당연히 유통기한이 있어야겠

지!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셨는가?”

“엊그제 평상(平床)에서 저의 이웃집 식구들과 이야기하며 놀다 아이스크림을 사

왔거든요.” “그랬어?” “그런데 포장을 벗겨 먹으려는데

표면이 찌그러져있고 성에 같은 게 잔뜩 덮여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생

각했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포장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건 유통기한이 6개월이나 지난 것이니 바꿔 달라 해야겠다!’며 가지고 가더니

다른 걸로 바꿔왔는데 표면이 아무 것도 없이

아주 깨끗하더라고요.” “정말 그랬어? 그러면 앞으로 아이스크림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유통기한을 확인해야겠는데!”하자

옆 친구가 “그런데 누가 그걸 사면서 확인하는 사람이 있겠어? 냉장고에 들어있으

니 그냥 먹어도 괜찮을 걸로 생각하겠지!”

“그러니까 판매하는 사람이 먼저 들어 온 것은 먼저 팔고, 나중에 들어 온 것은

나중에 팔면 되는데, 신경을 쓰지 않으니

맨 먼저 들어 온 아이스크림은 밑바닥에 거의 방치되다 시피하다 어느 날 재수 없

게 그걸 집은 사람에게 팔리니 그렇게 되는 거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유통기한이 6개월씩이나 지난 것을 판매한다는 것은 정말 너

무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는가?

사 먹는 사람이 주의하는 수밖에!”이야기가 끝나자 옆의 후배가“저의 집에 냉장

고가 3대 있거든요.” “냉장고가 3대라고?”

“김치냉장고 1대, 대형 냉장고 1대, 그리고 작은 냉장고가 있는데 어느 날 저의

집사람이‘청소를 한다!’며 안에 들어있던 것들을

모조리 꺼내놓지 뭡니까?” “그러면 무엇이 나오던가?” “처음에는 나와 봐야 얼

마나 될까? 생각했는데 꺼내 놓고 보니

거짓말 좀 보태 작은 화물차 한대 분량은 되겠던데요. 그런데 웃긴 것은 3년이나

지난 죽순(竹筍)이 나오질 않나 5년 먹은 나물,

그리고 언제 넣었는지도 모르는 팥빙수 재료까지 별의별 것들이 다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냉장고 안에서도 곰팡이가 피더라고요.”

“음식을 먹다 남으면‘다음에 먹어야지!’하고 넣어두고 어디에 넣었는지 잊어버

리고 오래 방치하면 자연스레 곰팡이도 피겠지.”

“그래서 너무 오래되어 못 먹게 된 음식 버리느라 고생을 조금해서 아까 아이스크

림처럼 냉장고에 들어있다고 너무 믿지 말고

무엇을 넣기 전에 이름과 날짜를 적고 관리를 잘 하라고 했는데 우리 집사람이 잊

은 머리가 너무 심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어요.”

 전남 보성의 겨울 녹차밭입니다. (사진은 2015년 겨울에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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