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생각해서 하는 운동

관주산 입구 쪽을 향하여 천천히 걷다 우연히 고개를 돌려 바라 본 길갓집 울타리

옆 찔레나무에 하얀 꽃이 무수히 피어있었다.

그 꽃을 본 순간 아스라이 먼 옛날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힘들고, 먹을 것도 귀했던 1960년대에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찔레나무에서도 순이 나기 시작하였는데, 그러면 새로 돋아난

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입에 넣으면

향긋한 내음과 함께 달짝지근한 즙이 입안에 가득차곤 하였다. 이제는 모두 잊혀져

버린 어린 시절 기억이 왜 갑자기 생각나게 된 것 일까?

잠시 추억에 젖어있는데 갑자기 “어이~ 동생 운동하러 간가?”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마을의 선배였다. “예! 형님 어디 다녀오세요?”

“나도 운동 좀 하고 오니라고.” “그러세요? 그런데 왜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농

로(農路) 길로 오세요?”

“내가 다니는 코스는 산이 아니고 주로 들녘으로 다니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대부분 운동을 하려면 등산로를 많이 이용하는데

형님께서는 다른 길을 이용하신다니, 특별히 그 길을 이용해서 효과가 배가 되는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던가요?”

“그런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산길을 걸으면 허리에 무리

가 가드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이쪽 길로 다니고 있어!”

“옛날 직장 근무하실 때는 어디 아프신데 없이 건강하셨잖아요.” “그때도 출근

하면 매일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아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래 앉아있으면 조금씩 안 좋더라고.” “물론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좋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우리 띠 동갑 친구들과 4박 5일 동안

버스를 대절하여 여행을 다녀온 적 있거든.”

“그 이야기는 저도 알고 있지요.” “그런데 그때 대형버스를 임대한 것이 아니고

돈을 아끼려고 미니버스를 임대했는데

그게 아주 잘못된 결정이었던 같아!” “그러면 무엇이 불편하시던가요?” “대형

버스는 일어서서 앞뒤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또 때에 따라 춤도 출 수 있지만 미니버스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그럴 수가 없지

않는가? 그러다보니 휴게소에 정차(停車)하기

전에는 거의 한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되니 허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더라고.”

“작은 버스였다면 정말 그랬겠네요.”

“그래서 여행이 끝나고 병원에 갔는데 담당 의사께서‘지금 상태가 수술하잔 말도

안 나오고 그렇다고 그냥 두기도 매우 애매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걷는 운동을 부지런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하더라고, 그래서 처음에는

산으로 다니기 시작했거든.” “그럼 효과가 있던가요?”

“그런데 효과는 둘째 치고 이상하게 허리가 더 아픈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왜 그랬을까요?” “그래서 다시 병원에 갔더니

의사께서‘산길 특히 급격한 오르막길을 걷는 것은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평지(平地)를 걷는데 주력하시고 걸으실 때는

평소 보다 빠르게, 그러니까 운동경기 중 빨리 걷는 경보(競步)라는 경기 있지 않

습니까? 그처럼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하더라고

그래서 그 뒤부터는 이렇게 농로를 이용하고 있어.” “그러면 한 번 운동하는데

보통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가요?”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내 계획은 하루에 1만보(1萬步) 정도 걸어

보려고 하거든, 그런데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자꾸 걷기 싫을 때가 있더라고, 운동이란 남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

고 내 몸 생각해서 하는 것인데 걱정이 되더라고!

그래서 밥 먹고 나면 벌떡 일어서서 바로 집에서 나와 버리거든, 조금 뭉그적거리

다 하기 싫으면 안 되니까 말일세!”

​"깨 밭에 풀이 으째 마니 지러싸서 째깐 매불라고 그랬드만 날이 징허게도 덥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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