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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봉급과 빨간 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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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7-28 14:29 조회1,9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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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봉급과 빨간 내복

 

논에서 논으로 길게 이어주는 시골의 농로(農路) 길에는 행복(幸福)이라는 꽃말을

가진 세 잎 클로버의 꽃들이 여기저기 하얗게 피어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란나비 두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다가가더니 갑자기 방향

을 바꿔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무엇이 맘에 들지 않아 저렇게 날아갈까? 그러고 보니 나비들도 변덕이 정말 심

하구나!”괜스레 중얼거려 본다.

오늘은 정기 산행(山行)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모여 목적지로 출발하였

. 그리고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아직 5월 하순(下旬)인데도 초여름 같은 날씨 때문인지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

작하였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안 되니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세!”하며 일행들과 함께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배낭 속

에 넣어 온 간식을 꺼내며 오늘 갓 구운 빵이거든요.

 

이것 좀 드셔보세요!”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얼음을 넣어왔는데 다행이 아직

녹지 않았네요. 여기 보온병에 담아 온 시원한 물드세요!”

저는 오이를 가져왔네요. 산행을 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이것 보다 더 좋은 게

있겠어요?” “자네 말이 맞네!

 

산에 오를 때는 오이만 한 게 없지!” “그런데 지난달에는 산을 오르면서도 그렇

게 더운 줄 몰랐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무덥지?

이것도 모두 기후 변화 때문인가?” “그게 아니고 지난달은 4월이니까 아직 봄이

고 요즘은 계절이 무더울 때 아닌가?

 

이제 낼 모레면 6월인데 그러면 여름으로 들어서는 거지 안 그런가?”친구가 대답

하더니 후배에게 지난번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던

자네 딸 발령은 받았는가?” “우리 딸이요? 진작 받았어요. 지난 12일 날 받았

는데 여자들도 건설직 시험을 봤는지 건설직 1,

 

행정직 3, 그리고 토목직 1명해서 모두 5명이 발령을 받았다고 그러데요.” “

랬어? 그러면 첫 봉급타서 빨간 내복(內服) 사 가지고 왔던가?”

그게 빨간 내복을 사 입으라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용돈으로 쓰라는 건지 돈 몇 푼

내놓고 말데요.” “그랬어? 우리 시대 때는

 

공무원을 하던 회사에 다니든 첫 봉급을 타면 무조건 부모님께 갖다드리고 용돈은

타서 썼는데, 혹시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빨간 내복 사 입으라고 돈을 보내드렸는데, 그 당시에는 따뜻한 속옷이 귀하고 비

쌀 때인데 빨간 내복은 따뜻하기도 하지만

 

그런 선물을 받은 건 큰 자랑이었다고 하거든.” “그런데 우리 딸 하는 것을 보면

그런 걸 사다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왜 그렇게 보이던가?” “옛날 학교 다닐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나! 어쨌다

!” “아니 무슨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야?

 

학비는 전부 다 자네가 대 줬을 것 아닌가?” “물론 그랬지요. 그런데 문제는 용

돈을 전부 지 엄마가 주었지 저는 별로 신경을 안 썼거든요.”

대부분 어느 가정이나 등록금 같은 큰돈은 아빠들이 알아서 하고 용돈 같은 것은

엄마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남자들이 어떻게

 

소소한 것까지 다 챙겨주겠어? 그런데 무슨 고생을 했다고 그러든가?” “용돈 좀

벌어 쓰려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어떤 때는

죽도록 고생했는데 돈 한 푼도 못 받고 너무 억울해 노동청(勞動廳)에 가서 하소

연했는데도 해결도 해 주지 않을 때도 있고,

 

날이 새도록 편의점에서 일을 했는데도 시급(時給)도 제대로 주지 않은 곳도 있

!’면서 마치 아빠를 위해서 고생한 것처럼 야단이데요.”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나 공사판에서 죽도록 일하고 일당(日當)을 떼였던

일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인생의 큰 교훈이 될 텐데,

 

자네 딸이 아직 무엇을 모르니까 그런 것 같으니 이해를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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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날도 징하게 더운디 날마다 먼 쓰잘데기 읍는 풀들은 이라고 지러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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