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유령?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는

비가 오지 않아 가뭄 때문에

농민들의 어려움이 많았는데 금년에는 다행스럽게 비 때문에 농사 걱정은 하지 않

아도 되겠구나.”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흐뭇해진다.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하였는데 밤늦은 시간이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끊어져 버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는데 늦은 시간 때문인지 도로에 차들도 별로 다니지

않아 한산한 느낌이었다. 내가 타고 있던

차는 부지런히 화순읍(和順邑)을 지나 능주면(綾州面) 쪽을 달렸는데 갑자기 속도

를 늦추더니 천천히 무엇인가 살피는 것 같아

“기사님! 왜 속도를 늦추는 겁니까?”묻자 “저기서 무언가 자꾸 아른거려서요.”

하며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키는데

자세히 보니 오토바이가 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2차선 한 가운데를 넘나들며 천천

히 달리고 있었다. “저의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은데

기사님께서는 어떻게 빨리 보셨네요.” “밤에 운전하려면 아무래도 대낮보다 신경

을 더 많이 써야하거든요.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앞에서 무언가 아른거려서 저게 뭘까? 혹시 내가 무엇을 잘못 본 것일까? 생

각했는데 오토바이가 저렇게 달려가고 있었네요.”

“그러면 잘못 보셨다고 혹시 누가 나무라고 그러던가요?” “제가 너무 조심해도

손님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배짱도 없이 어떻게 운전을 하고 다녀?’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저렇

게 밤에 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운행하는

오토바이를 제제(濟濟)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위험하

게 보이는데요.” “순찰차(巡察車)에 신고하여

운행을 못하게 하거나 또는 안전하게 호위(護衛)를 하면 되는데 이렇게 밤늦은 시

간에 신고하면 차가 오기나 하겠습니까?”

“정말 그러겠네요. 그러면 기사님께서 평소에 운전하면서 제일 힘든 게 무엇이던

가요?” “그게 바로 저렇게 밤늦은 시간에

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달리는 차(車)하고, 오토바이, 또 자전거, 그리고 검은 옷

을 입고 도로를 걷는 사람들 때문에 제일 힘들거든요.

특히 밤에 검은 옷을 입고 도로를 걸으면 날이 흐리거나 비가 내릴 때는 정말 식별

(識別)하기 힘들거든요.

그러니 밤길을 걷는 분들은 제발 밝은 색 옷을 입고 다니면 좋겠어요.” “그러면

밤길을 이렇게 운전하고 다니면 에피소드도 참 많겠네요.”

“언젠가 한번은 아주 늦은 시간에 시골길을 달려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 멀리

서 하얗고 기다란 것이 유령(幽靈)처럼 움직이고 있지 뭡니까?

그래서 저기를 통과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순간적으로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

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손님에게 저기 하얀 게 자꾸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고 물었어

요.” “그랬더니 뭐라고 하던가요?”

“나도 아까부터 보고 있었다며 잠시만 차를 세우고 기다려 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리셨어요?” “기다려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손님이나 저나 어차피 겁을 잔뜩 먹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차를 돌려 도망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정말 그러셨겠네요.”

“그런데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그게 사라져 버리더라고요.” “정말요?” “그래

서 천천히 하얀 물체가 어른거리는 곳에 가 봤더니 글쎄!”

“글쎄 뭐던가요?” “밭에 깔았던 기다란 농사용 비닐 있지 않습니까? 그게 나뭇

가지에 걸려 바람에 흔들거렸는데 멀리서보니

영락없는 유령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밭에 비닐을 깔았으면 나중에 수거도 잘 해야

되는데 바람에 날리도록 방치해두니

그것 때문에 놀란 일을 생각하면 비록 잠깐이었지만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지 뭡니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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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따~~~아! 날도 징허게도 덥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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