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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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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5-12 14:35 조회1,9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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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지난겨울 그렇게도 우리를 괴롭히던 차가운 바람과 눈보라는 우수(雨水)와 경칩(

)이 지나면서 살며시 자취를 감추고,

멀리 남촌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은 온 누리를 감싸 안으며 깊은 잠에 빠져있는

가로수를 흔들어 깨우는데,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골들녘에서는 먹이 찾는 비둘기만 이 논에서 저 논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광주(光州) 가는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선배(先輩) 한 분이 출입문을 열고 들

어왔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 오랜만일세! 그런데 자네도 어디가려고 나오셨는가?” “광주에 볼일이 있어

서요.” “나는 오늘 친구들하고 모임이 있어!

그래서 다녀오려고.” “그러면 승용차로 가시지 왜 버스로 가려고 하세요?” “

용차로 가면 갈 때는 좋은데 친구들 만나면 아무래도

 

술을 한잔 마실 수 있는데 그러면 내려올 때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냥

버스로 다녀오려고 그러네!” “생각 잘하셨네요.

그러면 친구들은 몇 분이나 모이세요?” “몇 명이더라? 갑자기 자네가 물으니 생

각이 잘 안 나는데 여섯? 아니 일곱 명이던가?

 

여덟 명이든가? 그러고 보니 몇 명 안 남았네!” “누가 몇 명 안 남았다는 말씀이

세요?” “우리 친구들이 몇 명 안 남았지

누가 안 남았겠는가?” “그러면 처음 시작했을 때 몇 분이셨는데요?” “그때 스

물여덟 명이었던가? 아마 그랬을 거야!”

 

정말요? 처음부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수가 한꺼번에 모임을 만들 수 있었을까

?” “그게 내가 고등학교 3학년 졸업할 무렵인데

어느 날 친구 한 사람이우리는 이제 두 달 뒤에 졸업하면 학교를 떠나게 되는데

그러면 뿔뿔이 흩어져 만날 수 없게 될 거야!

 

그래서 졸업하기 전 우리 반 친구들로 구성된 친목회(親睦會)를 만들려고 하니 생

각 있는 사람은 가입해 주기 바란다.

이 모임의 취지는 우리가 졸업한 뒤에도 우정을 변치 말고 한 달 아니면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축하해주고,

 

또 슬픈 일이 있으면 위로해주는 그런 목적에서 만드는 모임이니 될 수 있으면 많

은 친구들이 가입했으면 좋겠다.’했더니

우리 반() 친구 3/2가 가입하게 된 거야.”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결성되었

으면 그동안 모임을 유지하면서 어려움도 많았겠는데요.”

 

어려움은 말도 못하지 솔직히 고등학교 막 졸업한 애들이 무슨 돈이 있어 모임을

유지해 나가겠는가? 그러다보니

자연히 흐지부지해 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회장과 총무를 맡았던 친구가 열심

히 노력해준 덕분에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 했는데

 

또 문제가 생기더라고.” “무슨 문제가 생겼는데요?” “차기 총무를 맡은 친구가

곗돈을 챙겨 달아나 버린 거야.”

그동안 얼마나 모였는데요?” “글쎄!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는 조금 큰돈이었을 거야.”

 

그게 없어지면 대부분 모임은 깨지기 마련인데 그래도 어떻게 깨지지 않았네

?” “돈은 없어져도 사람은 모일 수 있으니

그냥 새로 조직했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더라고.” “그런데 처음 조직했을 때는

그렇게 수가 많았는데 지금은 몇 명되지 않으니

 

만나면 허전한 생각도 있겠는데요?” “그렇지! 그 동안 친구들이 멀리 이사 가는

바람에 빠지기도 하고, 또 사고(事故) 또는

()으로 죽는 바람에 안타깝게 빠지는 일이 있어 지금 남아있는 친구들이 더 소

중하게 생각되거든.” “정말 그러시겠네요.

 

그러면 친구들과 술은 많이 드세요?” “옛날 젊었을 때는 날 새는 줄도 모르고 많

이 마시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직장에 출근하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별로야! 만약 지금 그렇게 마시면 큰일 나겠

? 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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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에는 모자리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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