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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마자와 아주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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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4-28 15:11 조회1,8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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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마자와 아주까리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 뒤쪽 구몽산을 향하여 걷고 있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내

옆을 스치듯 지나더니 길 옆 논으로 사뿐히 내려 앉아

엊그제내린 비로 검게 변해가는 짚더미를 헤치며 먹이 찾기에 여념 없는데 어디서

날아 왔는지 까치 한 마리가까악~!’계속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동민(洞民)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매월 한차례

씩 있는 우리 마을 정기 총회 날 이오니

오후 1230분까지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마을 리장(

)의 안내방송이 끝나고 시간이 되자

 

주민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 음식이 차

려지고 식사를 하는데 반찬 중 아주까리 잎이 보여

한 젓가락으로 집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몽땅 딸려 올라왔다. “형님! 미안하지만

이것 좀 잡아주시겠어요?”

 

그것 참! 이것을 양념할 때 쪼금씩 찢어 무쳤으면 이렇게 안 딸려 오꺼인디 그것

은 생각도 안하고 기양 무쳐분께 통째로 딸려 오제!”

그런데 양념하면서 누가 그것까지 생각했겠어요?” “그랑께 말이여! 그란디 오

랜만에 이것 잎을 묵어본께 참말로 맛있네!”

 

내일이 정월 대보름날이니 이게 맛있을 때 아닌가?” “그렇지! 말린 아주까리

잎에 양념을 하고 거그다 참기름 한 방울 떨구문

참말로 맛있는 거인디 으째 요새는 옛날 같이 그런 맛이 안 나드라고!” “그것이

다 입맛이 변해서 그런 거이시!

 

옛날에는 묵을 것이 귀하고 배가 고픈 세상잉께 멋이든지 해 노문 맛 읍는 것이 읍

! 그란디 요새는 배부른 세상이 되야 갖고

맛있는 것이 별로 읍드란 마시! 으째 세상이 변해도 이라고 변해 부렇는가 몰것드

랑께!”하며 음식이야기가 한창인데 갑자기

 

옆에서 그란디 피마자가 우리말이여? 아주까리가 우리말이여?” “피마자나 아주

까리나 똑 같은 우리말 아니여?”

내가 알기로는 피마자는 일본말이고 아주까리가 우리말로 알고 있는디!” “그래

? 나는 아직까지 쓰기만 썻제 으뜬 것이

 

일본 말이고 으뜬 것이 우리말인지 생각도 안 해보고 쓰고 있었네!” “아니여!

마자는 일본말이 틀림이 읍으꺼이시,

그라고 아주까리는 우리말이고, 그랑께 노래도 아주까리 들어간 것이 만해 으디 한

번 들어 볼란가?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

몽매간에 생각사자 내 사랑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스리스리 동동 이라고 만한디 피마자 들어간 노래는 으디 있든가? 한나도 업드라

고 안 그란가?”하며 갑자기 우리말 논쟁을 하다가.

 

내가 어렸을 때는 정월 대보름날이 오기 전에 미리서 피마자 대하고 호박 덩굴

같은 것을 밭으로 댕김서 몽땅 걷어다 놓거든.”

그걸 어디에 쓰게요?” “정월 대보름날 밤 불을 질러 태움시로 일 년 동안 무사

안녕(無事安寧)을 기원하기도 하고,

 

또 자신의 나이만큼 불을 뛰어 넘기도 했어!” “그런 놀이에는 소나무 같은 것을

사용해야 되지 않나요?” “그 나무는 오래 타고

또 연기도 많이 나니까 위험해! 그런데 호박 덩굴이나 피마자 줄기 같은 것은 빨리

타면서도 연기가 거의 나지 않거든,

 

그러니까 옛날 보성읍사무소(寶城邑事務所) 근방이면 시내 한복판인데 거기서 불을

질러놓고 놀았어도 누가 나무라지도 않았거든.”

그때가 언제인지 몰라도 정말 오래전 이야기네요.” “이제는 누가 그것을 걷어

다 태운다면 화재 위험 때문에라도 말려야 되겠지만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하고 싶었는지!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때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피마자는 일본말이 아닌 우리말로 한자 藣麻子 발음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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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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