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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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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3-31 15:04 조회1,6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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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았는데!”

 

보성읍 우산리 구몽산 쉼터의 의자에 앉아 우연히 바라 본 건너편 소나무 가지에

참새 보다 더 작은 아주 예쁜 새 두 마리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솔방울의 벌어진 사이로 부리를 집어넣어 조그만 씨앗

하나를 꺼내, 발톱에 쓱쓱 문질러 날개처럼 생긴

 

하얀 부분은 떼버리고 입에 넣는 모습이 보였다. “겨울에는 새들의 먹이가 많이

부족할 텐데 저렇게 먹을 것을 구하는 걸 보니

굉장히 지혜롭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마음이다. 대중목욕탕(沐浴湯)

의실(脫衣室)에서 옷을 벗고 몸을 깨끗이 씻은 다음

 

뜨뜻한 물이 담겨있는 탕으로 들어가자 먼저 몸을 담그고 계시던 영감님께서

서 오시게! 혹시 물이 안 따땃하문 여그를 틀어

뜨건 물을 더 채우소!”하며 수도꼭지를 가르친다. “괜찮아요. 이 정도면 저에게

는 딱 좋은데요.” “하기사 너머나 물이 뜨구와도

 

우리 피부에는 안 존 것이여!”하며 물속에서 잠시 눈을 감고 계시더니 와따!

차다 본께 물속에 너머나 오래 있었네!

나 먼저 나갈랑께 천천히 나오소! !”하며 가시자 목욕탕 안은 나를 빼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서 이럴까?

 

오늘은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하며 탕에서 나와 때밀이 타월로 몸을 문지르고

있는데 마침 관리하는 분이 지나가기에

오늘은 왜 이렇게 손님이 없답니까?” “글쎄요.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하네요.

설이 가까워서 그런가?”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원래 손님이 없나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설

이 가까워지면명절 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씀씀이를 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손님이 없다가 한 이틀 정도 남겨놓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몰려들거든요.

 

그때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제대로 서서 몸 닦을 공간도 없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각 가정마다 웬만하면 크던 적던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으니 아무리 명절이 가까워도 옛날처럼 그렇게 붐비지는 않아

.” “하긴 그러겠네요.” 하고 목욕을 마친

 

다음 이발소의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주인 혼자 덩그러니 TV를 시청 중이다. “

! 오늘은 평소와 달리 목욕탕에도 사람이 없어

굉장히 한가하더니 여기도 그러네요.” “주말도 아니고 평일인데다 대낮인데 누가

얼마나 이발하단가? 이따 퇴근 시간이나 되어야

 

직장 다닌 사람 몇 명오고 또 그러다보면 하루가 가는 거지.” “옛날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12시가 넘도록 이발도 하고 했지 않습니까?” “그때는 못살고 그럴 때라 돈 아

끼려고 한두 달 전부터 안 하고 있다

 

한꺼번에 몰리니까 밤 12시가 넘도록 했는데 지금은 평소에 깨끗이 하고 다니는데

명절 가깝다고 이발하고 그런단 가?

그때가 옛날이시!”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또 그러네요. 옛날에는 명절 때가 되

면 보성역()이 사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고

 

택시도 귀해서 요금은 부르는 게 값이었는데 요즘은 시골 사람이라도 웬만하면 승

용차와 화물차 두 대씩 가지고 있으니

택시 부를 일도 없어졌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게 말일세!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때는 그렇게 못 살았던고!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못 살았었어도 더 재

미는 있었던 것 같거든.” “어떤 것이 재미있었는데요?”

 

그때는 사람들도 많이 살고 그러다보니 친구들도 많으니 모여서 학교 운동장에서

막걸리 내기 축구 시합도 했는데 요즘은

시합이나 하겠던가? 오히려 학교도 없어지게 생겼는데 앞으로 우리 세대가 끝나면

여기서 몇 명이나 살고 있을지 그것이 걱정이란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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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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