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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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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3-24 15:31 조회1,6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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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눈물

 

올 겨울 그렇게도 우리를 괴롭히던 한파(寒波)가 입춘(立春)이 지나고 우수(雨水)

가 가까워지자 살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어느새 온화한 날씨로 변하면서 시골 들녘에서는 오늘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수 십

마리의 참새 떼가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 설날이어서 아침 일찍 차

례를 지내고 조상님 산소에 성묘를 한 다음,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데 휴대폰에서띠리링!’신호가 들려 열어보았더니‘00우체

국 위00 주무관 아버지 별세, 빈소 00장례식장,

 

발인 218일 일요일이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위 주무관이 친정아버지 모시

느라 고생이 많았다던데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나 보구나.’하고

산에서 돌아와 장례식장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고인의 영전에 절을 한 다음 상주들

과 인사를 하고 우체국 직원들과 합석하여

 

음식을 먹고 있는데 위 주무관이 가까이 다가와 저는 경황이 없어 미처 연락도

못 드렸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하며 반가워하였다.

문자가 와서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친정아버지 때문에 그렇게도 고생을 많이 하

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효녀(孝女)시네요.”하였더니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이더니 아니요. 제가 무슨 효녀겠어요. 저는 잘 해

드린 것이 하나도 없어요.”하며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이제 그만 진정하세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친정 부모님을 주무관님께서 모셨다

던데 그럼 남자 형제는 없나요?”

 

저의 집은 아들은 없고 딸만 셋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제일 맏딸이다 보니 자연

스럽게 부모님을 모시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결혼하고부터 모시기 시작하셨나요?” “아니요!” “그럼 애초에 따로

살다 나중에 합친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아예 친정집에서

 

신혼살림도 했다는 말씀이세요?” “제가 태어나서 부모님을 떠나 본 것은 중학교

와 고등학교 다닐 때 6, 그리고 직장생활하면서

1, 그래서 모두 7년 동안 부모님을 떠나있었을 뿐, 그 후로는 고향으로 발령

받아 집으로 들어간 뒤 지금까지 계속 함께 생활했거든요.”

 

그러면 혹시 부모님께서나가라!’말씀은 안 하시던가요?” “지금까지 그런 소

리 들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딸 결혼시키고 시집살이 할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 걱정하셨는데 친정에

들어와 살도록 받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어요.”

 

그렇게 된 게 또 지금까지 친정 부모님을 모시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요즘 대부분 요양원으로 많이 모시는데

그런 생각은 안 해 보셨어요?” “저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께서나는 절대

요양원에는 안 갈랑께 그리 알어라! 알었지야?’하시며

 

처음부터 완강하게 반대하시는 데다 또 감기몸살 기운이라도 있어 아버지 병원에

가 보시게요.’하면 느그들이 나 떼꼬 나가서

거그다가 널라 그라지야! 나는 절대 거그는 안 간다고 안 글디야!’하시는데 어떻

게 자식 된 도리로 보내겠어요?”

 

요즘 세상에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럼 싸우지는

않으셨나요?” “왜 안 싸웠겠어요?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 했지요. 사실 저는 직장에서도 직업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습니까? 그런데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마음이라도 편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해 놓거든요. 그러면 화가 나서 자

연스레 큰 소리가 나오고, 그리고 돌아서면

아까는 잘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내가 왜 또 이러지?’하다가도 또 집에 가면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고!”하더니

 

아무튼 부모님은 살아계실 때 잘 해 드려야겠더라고요. 이렇게 돌아가시고 나니

내가 왜 그때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쳤을까? 정말 후회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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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네요. (2018년 3월 23일 구몽산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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