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의 제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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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10-26 14:32 조회2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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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의 제삿날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산을 내려오는데 선배 한 분이 자꾸 하품하는 것을 보고 “형님 어젯밤 잠은
안 주무시고 무엇을 하셨길래 그러세요?” “어젯밤이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 잠을 제대로 못 잤어!” “그게 무슨 일인데요?”
“사실은 어젯밤 우리 장인어른과 장모님 제사였거든 그래서 처가 집에 갔다 늦게 왔더니 이렇게 잠이 쏟아지네.”
“그러면 형님 처가 집에서는 제사를 늦게 모시나요?” “꼭 그런 것은 아닌데 어제는 우리 손위처남하고 제사 문제 때문에
옥신각신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가버리더라고.” “무슨 문제 때문에 그러셨는데요?” “우리 처가 집에서는 지금까지는
제사를 장인 따로 장모님 따로 그리고 처 할아버지와 할머니 따로 모셨는데 요즘 세상이 많이 변해 모든 것이 간소화 되어가는 데
제사도 그렇게 따로따로 모실 것이 아니라 좋은 날을 받아 한날한시에 모시자고 처(妻) 작은 오빠 두 분과 언니가 그러는데
큰오빠가 절대 반대하는 거야.” “그러면 무엇 때문에 반대하신다던가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을
하루아침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그러니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 “옛날은 옛날이고 지금은 지금인데
나라의 법(法)도 잘못된 것은 바꾸는데 제사는 국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못 바꿀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했더니
“한날한시에 제사를 같이 모시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한 상에서 밥을 드셔야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하시더라고.”
“그래서 무어라고 하셨어요?” “형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집안은 약 20년 전부터 우리 조부님과 조모님을 비롯해 큰아버지 부부,
그리고 작은아버지 세 분 부부, 그리고 우리 부모님까지 한 장소에 모시고 날을 받아 벌초는 물론이고 제사도 한꺼번에
모시는데, 먹고 살다 보니 평소에는 사촌간의 연락이 별로 없어도 그날은 사촌은 물론이고 조카들도 참석하여 제사를 밤이 아닌
낮에 모셔도 아무 일도 없고 형제간의 우애도 더 돈독해지는데 제사를 조부모님과 부모님 제사를 한날 모시는데
그게 무엇이 잘못되었답니까?” “물론 그라문 좋겠지만 그래도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차원이 다른데 어떻게 우리 편하자고
한날 한시에 모시면 되겠는가?” “그리고 형님도 아시다시피 누구의 제사가 되었든 아무리 간소하게 제사를 모신다고 해도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은 고생을 하도록 되어있는데 지금까지 처남댁과 질부가 고생했는데 이제는 그런 고생에서 조금이라도
해방 시켜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있는 쌀로 밥하고 나물 몇 가지 장만하는데 그게 얼마나 힘이 든다고 그걸 못해?”
“그게 말은 쉽지 떡이나 반찬을 사려면 읍내에 나가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리고 농한기 때라면 몰라도 바쁜
농번기 때 음식 장만하기가 어디 쉬운 일입니까?” “떡이나 제사 반찬은 내가 읍내에 나가서 사 오는데 그게 뭐가 불편하다고 그래?”
“그리고 제사를 모시러 오려면 여기가 시골이다 보니 하루에 아침저녁 버스가 두 번 밖에 안 다니기 때문에 천상 택시를 타야하는데
그 경비도 무시할 수 없지 않습니까?” “조상님 제사 모시러 오는 사람들이 그런 정도는 감당해야지 택시비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 것 조차 일일이 따지면 되겠는가?” “정말 설득하시느라 힘드셨겠네요. 그러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설득해도 안 통할 것 같았는데 우리 처형들이 제사상에 절을 하면서 ‘아부지 엄니 내년부터는 할아부지하고 할머니
제사하고 한날에 모신당께 그날 오셔서 제사밥 잡수씨요 잉!’ 항께는 빙긋이 웃더니 ‘알았다 그라문 그라고 하자!’하시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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