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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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10-05 13:51 조회21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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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별
(암소와의 만남 후편입니다.) “그런데 쟁기질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소가 말을 잘 안 듣거나 엉뚱한 짓을 하면
그것처럼 힘든 것이 없는데 우리 소는 시키지 않아도 잘하니 무엇이 힘들겠는가? 그리고 일을 하고 오면 ‘애썼다!’ 하면서
몸에 물도 뿌려주고 또 털을 골라 주면서 여름이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장도 쳐주고, 겨울이면 춥지 않도록
바닥에 짚 같은 걸 깔아 주면서 마치 친자식처럼 돌봐주었더니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보일 정도로 말랐던
소가 차츰 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일 년이면 송아지를 한 마리씩 낳아주더라고.” “그러면 완전히 복덩이가 집안으로
들어 온 셈이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러면 나중에 송아지가 자라서 새끼를 떼일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그때는 엄마 소를 가축시장으로 데리고 가면 송아지는 자동으로 따라오거든. 그러면 새끼는 팔아버리고 어미만 데리고 오는데
그때는 소들도 이별을 아는지‘음메~’하고 울거든.” “그러면 마음이 안 좋으시겠네요.” “당연히 안 좋지! 아무리 소(牛)라도
그렇게 한 번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데 어떻게 마음이 좋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한 번은 또 이런 일도 있었어!”
“무슨 일인데요?” “그러니까 그때가 초가을쯤 되었을 때인데 우리 소 배가 남산만 해져서 ‘오늘이나 내일쯤 새끼를 낳겠구나!’
생각하고 직장에 출근했거든, 그리고 퇴근하면서 직원들과 술을 한 잔 거나하게 마시고 그날따라 늦게 집에 들어와 편하게 잘 잤어!
그런데 아침 일찍 목이 말라 잠에서 깼는데 소가 ‘음~메!’ 야단이야!” “왜 그랬을까요?” “그런데 그 순간
‘소가 새끼를 낳으려고 저러나?’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외양간으로 가보니 어미 소 배는 홀쭉한데 새끼가 안 보여!”
“왜 안 보였을까요?” “그런데 외양간 아래쪽에 약 2m쯤 되는 언덕이 있는데 어젯밤 내가 술에 취해 그냥 잠이 들었을 때
어미 소가 혼자 낳으면서 하필 언덕 쪽으로 엉덩이를 향해 송아지를 낳는 바람에 새끼가 밑으로 떨어졌던 모양이야, 그러면
내가 얼른 새끼를 안아다 어미 소에게 데려다주어야 했는데 술이 취해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으니, 만약에 사람 같으면
‘죽이네! 살리네!’ 야단일 텐데, 그래도 동물이라 새끼를 데려다 어미 옆에 놓아주니 아무 말 없이 그냥 넘어갔어! 그런데
지금 생각해 봐도 만약에 그때 조금 더 추운 겨울이었다면 틀림없이 새끼는 얼어 죽었을 텐데 다행히 초가을이라 안 죽고
살았던 것 같아!” “그러면 그 소하고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하셨어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왜 그러셨는데요?”
“언덕 밑으로 떨어졌던 송아지를 어미 소가 잘 키우고 있지만 아직 젖 떼일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읍사무소 직원이 찾아왔어!
그래서 ‘왜 오셨냐?’ 물었더니 ‘여기는 시내권이라 가축은 키우면 안 되는데 소를 키우신다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대단히 죄송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하더라고 그래서 ‘아무리 조치도 좋지만
지금은 송아지가 있으니 안되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하면서 몇 번을 미루고 미뤘는데 어느날은 ‘어르신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의들은 더 소를 키우도록 해주고 싶지만 주위에서 어미 소 울음소리, 그리고 소똥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니
빨리 좀 해결해 달라! 자꾸 민원이 들어오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제발 저의 사정 좀 봐주십시오!’ 사정하더라고
그래서 5일 장날 소와 송아지를 데리고 나가 다른 사람에게 고삐를 넘기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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