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걱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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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7-12-16 10:22 조회3,03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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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걱정거리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찾아 온 겨울이 가을을 쫓아내고 눌러 앉아버렸다. 들녘에
내린 새하얀 서리는 하얀 눈처럼 반짝이며
떠나버린 가을을 애타게 불러대는데, 동구 밖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솟아있는
커다란 정자나무 가지에 마지막 남아있는 잎 새 한 장이
지나가는 바람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새로 구입한 바지 길이를 줄이려고 세탁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친구는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재봉틀 앞에 앉아 털 스웨터에 지퍼를 달면서. “요즘 날씨도 추워지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 묻는다. “어떻게 지낼 것이나 있는가?
그냥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 그런데 날이 추워진다는데 월동준비는 끝이 났는가?”
“월동준비? 그러고 보니 그 소리 들어본지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옛날에는 겨울 문턱에 들어서면 연탄(煉炭)도 들여놓고 했는데 요즘은 기름보일러
를 사용하니 그게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가? 혹시 옷 맡겨놓은 것 있는가?” “아니 맡겨놓은 것은
없고 바지 길이를 좀 줄이려고 가져왔네!”하며
옷을 친구에게 내밀자 “새로 하나 사왔는가?” “작년에 입던 게 허리가 너무 커
서 하나 장만했네!” “그랬는가? 그러면 길이만 줄이면 되겠는가?”
“그렇지!”하며 친구를 쳐다보니 머리가 듬성듬성 많이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자네는 언제부터 그렇게 머리가 빠졌는가?
그러다 대머리될까 걱정일세!”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날 우리 집 논
(畓)에 모를 심는데 내가 안 나가볼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잘 하지도 못하는 논일 한다고 모자도 쓰지 않고 나가서 일을 하는데 머리
가 굉장히 뜨겁더라고, 그래서 ‘이상한 일이다!
왜 이렇게 뜨겁지?’하고 집에 와서 거울을 봤더니 정수리 부분이 훤하게 보이는데
이미 머리는 다 빠져버린 것처럼 보이더라고!”
“그럼 자네 아버님께서도 그렇게 머리가 없으셨을까?” “아니! 그렇지 않고 우리
아버지와 형제분들은 빠진 분은 안 계셨는데 내가 이렇게 빠지더라고.”
“그럼 자네 형제들은 어떤가?” “나에 비하면 다 괜찮은 편이야! 그런데 대머리
도 유전(遺傳)이 되는데 한 대를 걸러서 되니까
우리 할아버지께서 없으셨는지 어쨌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거든. 그런데 자네는
어떤가?” “나도 상태가 아주 안 좋은 편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집배원(集配員)으로 근무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집배원들은
매일 오토바이를 타야하니까 꼭 헬멧을 착용해야하는데
그게 겨울에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여름에는 아주 고역이거든, 사람이 머리에서 땀
이 엄청 많이 나는데, 햇볕 뜨거운 한 여름 삼복(三伏) 더위에
오토바이 타고 가다, 조금 쉬거나 또 택배라도 배달하면서 잠깐 고개를 숙이면 헬
멧 속에서 땀이 줄~줄~줄 흐르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마치 폭포수가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 머리털이 남아나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머리가 안 빠지는 사람은 안 빠지던데
자네 집안도 혹시 대머리 집안 아닌가?” “내가 우리 할아버지를 본적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그렇게 빠지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내가 이렇게 빠지다보니 마음 한편으로는‘이 나이에 머리 좀 빠지면 어떠
냐? 장가 갈 일이 없으니 맞선 볼일도 없고
그런데 무엇이 걱정이냐?’하면서도 마음은 늘 머리에 있더라고.” “그러니까. 머
리에 신경을 안 쓰면 더 좋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전혀 안 쓸 수가 없으니 그게 문제야! 엊그제 TV를 보니 우리 국내 기술
진이 탈모(脫毛)에 좋은 약을 개발했다고는 하는데
가격은 어떨지! 하여튼 탈모에 가격이 저렴하면서 특효약이 있다면 정말 대박일 텐
데 그런 약은 언제쯤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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