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쓰쓰가무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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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5-19 14:38 조회4,2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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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쓰쓰가무시병
3월 중순으로 접어들자마자 마치 5월로 들어선 것처럼 기온이 섭씨 20도가 넘는 화
창한 날씨로 변하더니 어젯밤 늦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동안 너무 높은 기온을 식히려는 듯 계속해서 소리 없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데, 집 뒤쪽 숲에서는 오늘도‘호로록~ 오께옥!’
봄을 알리는 휘파람새의 노래 소리가 한창이었다. 수도요금을 납부하려고 우체국
창구에서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 같아 뒤 돌아보았더니 시골로 귀농(歸農)하여 농
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선배가 활짝 웃고 서 있었다.
“어?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말일세! 그 동안 잘 지내셨고?” “저
야 항시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요즘 지내시기 어떠세요?
그리고 집안도 편안하시고요?” “안 편해!” “안 편하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사고(事故) 나는 바람에 죽을 뻔했어!”
“무슨 사고가 났는데요?” “우리 집 뒤쪽 높은 언덕에 밭 안 있든가?” “그런데
요?” “거그서 로터리를 치다 후진(後進)을 잘못하는 바람에
트랙터와 같이 낭떠러지로 굴러버렸어!” “그게 정말이세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
어요?” “내 다리가 트랙터 밑에 깔렸는디
사람들이 와서 끄집어 낼라고 암만해도 안 되드만! 그랑께 할 수 없이 119에 신고
해 갖고 구조대원들이 와서 기계로 트랙터를 들어 내드니
나를 구급차에 싣고 병원으로 데꼬 가서 수술을 했어!” “그러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데요?” “그란디 무엇이 잘못됐든가 으쨌든가
몇 번을 다시하고 글드만 인자는 무슨 쇠를 박아 놨다 그라데!” “그래서 지팡이
를 짚고 다니세요?” “다리 한쪽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읍는디 으짜꺼인가? 이렇게라도 짚고 댕겨야제!” “그러면 앞으로 다
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없던가요?”
“인자 쇠를 빼내고 그라문 더 좋아지겠제!” “다행이 다리가 빨리 완쾌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란디 재수가 읍응께 그란가 으짠가
이번에는 감기 같은 것이 왔드란 마시! 그래갖고 한참 혼났네!” “감기 같으면 병
원 몇 번 다니면 됐을 텐데 그러세요?”
“근디 그것이 아니고 으슬으슬 춥고 몸살 같은 것이 나드란 마시!” “그래서 병
원에 안 가셨어요?” “안 간 것이 아니고 갔드니
의사께서‘요새 새로 나온 독감(毒感) 바이러스 때문에 그러니 이삼일 통원 치료하
면 되겠다!’고 해서 며칠을 댕김서 주사 맞고
약 타다 묵고 했는디 아무 효과가 읍어서 이러다 내가 죽을란다냐? 으짠다냐? 별
생각이 다 들드만!” “정말 답답하셨겠네요.”
“그래서 안 되것어서 광주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봤네!” “거기서는 무슨 병이라
고 하던가요?” “거시기 들쥐가 옮기기도 하고
또 새들도 옮긴다 글데! 거 무슨 병 안 있는가? 일본서도 한때 그것 때문에 이유도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글드만!”
“쓰쓰가무시병 말씀이세요?” “그 병이라 글드만!” “그러면 어떻게 그 병인 줄
알던가요?” “‘웃옷을 모두 벗어보라!’하더니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겨드랑이 밑을 보드니‘여기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
다!’고 설명해 주드만!” “그런데 형님은 들에서 일하다
풀밭에 함부로 눕거나 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 병이 왔다고 하던가요?” “그 병
이 꼭 풀밭에 누워서만 오는 게 아니고
옷을 벗어 놓았거나 또 앉아만 있어도 진드기 유충이 붙으면 사람을 물수 있으니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은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고 하더라고!”
“옛날에는 그런 병도 없었는데 그러네요.” “옛날에는 없었던 게 아니고 우리가
몰랐던 거야.
그러니 가을이면 함부로 풀밭에 옷을 벗어 놓지 말고 또 드러눕지도 말아야겠더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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