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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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5-05 14:03 조회4,0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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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요양원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
어서니“어서와!”하며 반긴다.
그리고 잠시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에도 친구들이 한사람 두 사람 모이기 시작
하였다. “잘 있었는가? 몸도 건강하시고?”
“나야 잘 있지! 자네는 어떤가?” “나도 잘 있어! 그런데 어머니는 어떠신가? 누
구 이야기를 들으니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던데!”
“우리 어머니는 요양원(療養院)으로 가셨어!” “지난번에는 자네가 모신다고 하
지 않았는가?” “모셨지! 그런데 동생과 합의 끝에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했어!” “그랬으면 집에서 자네가 모실 때와 요양원에 계실
때와 어떻게 다르던가?” “모든 것이 다르지!
집에서 모실 때는 다 우리 손으로, 그러니까 항상 사람이 옆에 지켜있어야 하는데,
요양원에서는 그쪽에서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 주니까
그게 편하더라고!” “자네가 집에서 모신지는 얼마나 되었는데?” “한 3년이 넘
었나? 아마 그렇게 될 거야!” “벌써 그렇게 되었어?
그럼 정말 고생이 많았겠는데! 그렇다면 자네 혼자서만 모셨는가?” “아니 그렇지
는 않고 어머니는 당신 집에 계시고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가 교대로 일주일씩 어머니 집에 들러 간병(看病)을 하고 또
요양보호사를 고용하여 낮에는 그분이 와서 하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 아니고 1년이 넘고 2년이 넘어가니 정말 힘들더라고,” “무엇이
제일 힘들었는데?” “어머니께서 병석에 누워계셔도
당신이 평소에 드시고 싶은 것은 다 드시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무슨 음식이 잡
수고 싶으면 나에게는 말씀을 안 하시고
간병인에게 사오게 한 후 그걸 배불리 드시고 또 그만큼 대변(大便)을 보니 그걸
치우는 사람은 정말 고역(苦役)이더라고!” “
그러나 어머니께서 드신다는데 못 드시게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게
문제더라고 또 당신에게 휴대폰이 있으니
중국 음식은 직접 시켜 드시면서‘묵고 죽은 귀신은 얼굴도 이삐다 글드라 그랑께
내가 멋을 묵든지 암말 말어라!’그러시더라고!”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었을까?”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지난번에는 갑자기 집
으로 친척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거야!”
“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나가 금방 죽것응께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보게 우리 집으로 빨리 좀 오라!’고 하시니 안 올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서
느닷없는 손님 치르느라 혼났어!
심지어는 대학(大學)에 다니는 우리 딸에게도 ‘할머니가 금방 죽것다, 그랑께 얼
렁 잔 오니라!’전화를 하셨다고 그러네!”
“연락을 받고 달려 온 자네 친척들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으면 조금 황당했겠는
데!” “그런데 어떻게 하겠는가?
제발 전화 좀 그만하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뺏어 버릴 수도 없고! 오죽하면
우리 딸이 나에게‘아빠! 할머니 금방 돌아가시게 생겼어?’
확인을 할 정도였으니 말일세! 그리고는 사람들이 오면‘아이고! 내가 어서 죽어야
제! 우리 아들이 편하꺼인디 으째 이라고
나를 안 데꼬 간가 몰것서!’하시지만 당신 하는 것을 보면 삶에 대한 애착이 상당
히 강하신 것 같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삶의 애착이 강하신 분이 또 요양원에는 절대 안 가겠다고 했다면
서, 어떻게 거기로 모실 수 있었는가?”
“어머니께서 가신 곳은 여기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 새로 지은 건물인데, 시설도
아주 잘 되어있고 사람들도 굉장히 친절하더라고,
그리고 또 다행인 것은 어머니 친구 두 분이 계셔 아주 마음에 들어 해서 가시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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