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경로우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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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05-04 15:22 조회3,52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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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경로우대증
오늘은 병원(病院)에서 검사(檢査)를 받는 날이어서 정류장(停留場)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광주행 승차권(乘車
券)을 구입하여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뒤 돌아 보았더니 친구가 빙그레 웃고
서 있었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 동안 잘 계셨는가?” “나는 잘 있어! 자네는 어떤가?” “나도 잘 지내는 편이
야!” “그런데 퇴직하고
무엇하고 지내고 있는가? 혹시 다른 직장에 근무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직은 오라는 데도 없고 또 몸도 그렇
게 편치를 못한데다
내 자신도 어디를 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그냥 집에서 지내고 있어! 그러는 자네는 무엇하고 있는가?”
“나도 퇴직한 후로는
그냥 지내고 있어! 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길인가?” “병원에 좀 다녀오려고!” “왜 어디가 편찮으신가?”
“내가 3년 전에 암(癌) 수술을 두 번을 받았거든 그래서 오늘은 병원에 가서 피(血) 뇨(尿) 검사 의뢰하고 또
CT촬영해 놓고 다음 주에 가서 결과를 봐야지.” “그러면 무슨 암 수술을 받았던가?” “옛날 그러니까 내가
직장에 근무할 때
광주에 있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거든, 그런데‘신장(腎臟)에 물혹이 하나 보입니다.’하더라고, 그래서
‘혹시 암 입니까?’
물었더니‘지금은 아닌데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렸습니다.’하더라고 그 후 매년 검사를 받았는데 3년
이 지나니까
‘암이 생겼으니 수술을 받아야겠습니다.’해서 그 부분만 잘라냈는데 아직까지는 건강하다고 하지만 지금도 6
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어! 그런데 자네는 어디 가는 길인가?” “나도 병원에 가느라고.” “왜 어디가 안 좋으신가?”
“나는 심장이 안 좋아서 그것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는 펌프를 심어놓았는데, 그것도 점검해야 하고 또 이상하
게 걸음을 걸으려면
다리가 당기고 아파서 걸을 수가 없어 병원에 갔더니‘고관절 초기증세’라고 해서 치료를 받아야겠고 그래서 오
늘도 병원,
내일도 병원 그렇게 살아가고 있네!” “그러면 오늘은 어떤 과목을 가야하는데?” “오늘은 펌프가 이상 없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
어쩐지 점검하러 가는 날이야! 그리고 내일은 고관절 때문에 또 가야하고” “그러면 하루에 두 과목을 모두 치
료할 수는 없다고 하던가?”
“나도 처음에는 지방에서 광주까지 다니기 힘드니까 하루에 다 진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는데‘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이렇게 다니고 있어!” “그러면 오늘 병원 진료는 몇 시경에 끝나는가?” “그거야 모르지
아무리 예약(豫約)이
되어 있다고 하지만 환자들이 많으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고 또 기다리는 사람이 적으면 빨리 끝날 수도 있으
니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데 그건 왜 묻는가?” “자네와 오랜만에 만났으니 병원에서 일이 빨리 끝나면 식사라도 한 끼하고 싶어
서!” “그래 고맙네!
그런데 오늘은 힘 들 것 같은데 다음에 하기로 하세!” 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니 불과 2~3년 사이에 나 보다 훨씬
더 늙어버린 것 같아 보였다.
“요즘 어디가면 자네보고‘영감님!’이라고 안 부르던가?”묻자 빙그레 웃더니“옛날에는 지하철 차표를 끊거
나
또 산에 입장권을 끊으려면 경로우대증이나 신분증을 보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얼굴만 한 번 쓱 쳐다
보고는
그냥 가라고 그러데.” “그러면 기분이 어떻던가?” “어떻기는 어떻겠는가? 그냥 서글프지 그래도‘신분증
보자!’고 할 때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인데 이제는 정말 내가 이렇게 많이 늙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자네 같으면 서글프지 않
고 기쁘겠는가?”
사진은 전남 보성 일림산 철쭉이며 멀리 보이는 곳은 남해 바다 득량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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