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쾌 때문에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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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12-21 15:54 조회3,0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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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 때문에 생긴 일
가을이 깊어가면서 길가에 아름답게 피어나 바람에 한들거리던 하얀, 분홍, 붉은색 코스모스는 어느새
모두 다 져 버렸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고 따스한 햇살이 골고루 퍼지면서 양지바른 시골길 한쪽에 피어있는 하얀 들국화
가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미소를 보내는데 누구와 어떻게 싸웠는지, 머리가 몽땅 빠져버려 호호 백발 할머니로 변해버린
억새 아가씨는
무엇이 못 마땅한지 계속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山行)일이어
서 약속된 장소에 모여 산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정상(頂上)에서 내려오고 있는데 어디선가‘왜~애~앵’예초기로 풀 베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도로에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노부부(老夫婦)가 조상님 산소(山所)에 벌초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
을 보던 후배(後輩)가 “
왜 벌초를 추석(秋夕) 때 하지 않고 이제야 할까요?”물었다. “명절 때는 바빠서 못 할 수도 있지 않겠
는가? 그러면 지금 한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니 괜찮은 거야.” “그래도 남들은 진작 끝이 났는데 이제야 벌초를 하면 새삼스럽지
않을까요?”
“물론 새삼스럽기는 하겠지! 그러나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이렇게 늦게라도 하면 내년 여름 잡초가 자랄
때까지는 깨끗하니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벌초는 꼭 추석 명절 때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산소에 풀이 많이 자라나 보기 싫으면 시간 있을 때
마다 하는 것이 좋은 거야!”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하자 옆에 있던 선배(先輩)께서 “그란디 산소를 둘레석으로
돌리고 앞에 상석(床石)도 놨는데
양 옆에 망주석(望柱石)이 없응께 무엇인가 빠진 것 같이 쫌 써운하네!”하자 옆의 후배가 “산소 벌이
좁으니 그걸 세울 자리가
마땅치 않아 못 세웠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어머니 산소에 그걸 세웠는데 그 아래쪽 묘의 주인
이 그것 때문에
아들이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으니 손해배상을 하라는 통에 혼이 났어요.”하며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웃
는다. “아니 망주석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저의 어머니 산소에 석물(石物)이 아무것도 없어 조금 서운하
더라고요.
그래서 숙부(叔父)님과 상의해서 상석과 망주석을 세웠거든요. 그리고 몇 달이 지났는데 그 아래쪽에 있
는 묘의 주인이
저의 작은 아버지를 찾아와‘며칠 전 우리 작은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내가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
아가 점(占)을 쳐보니
우리 산소 위에 있는 묘에 망주석을 세워 그것 때문에 사고가 났다! 는 점괘가 나왔다. 며 손해배상을
하라!’는 데
정말 황당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는가?” “작은 아버지께서‘법원(法院)에 진정을 내던
지 경찰에 고발을 하던지
당신 맘대로 하라!’고 했다 네요. 그리고 제가 실제로 읍내파출소(邑內派出所)에서 상담을 해 봤거든
요.” “거기서는 무어라고 했는데?”
“담당 경찰관께서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더니 빙그레 웃으며‘아마 그 사람들이 돈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디서 나올 곳이 없으니까
선생님에게 떼를 쓰는 것 같습니다.’하면서 ‘어디 세상에 망주석을 세웠는데 아들이 죽었다면 누가 믿
겠습니까?
그리고 만약에 점치는 사람 말을 믿고 손해 배상을 해 준다는 법(法)이 있다면 무슨 사고(事故)만 나면
그 사람들을 찾아가
무엇 때문에 사고가 났는가 알아 봐서 아무에게나 손해 배상하라고 청구할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이 사회
가 무엇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역술가의 점괘, 꿈이나 상상속의 이야기 같은 실제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는 것에 대해서
는
배상을 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라고 설명해 주더라고요."
전남 보성읍 관주산에서 촬영한 가을 단풍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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