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은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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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11-23 17:34 조회3,36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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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은 정말 싫어!”
관주산 정상(頂上)을 향하여 천천히 오르며 바라보니 길 위 아래로 어느새 꽃무릇의 붉은 꽃이 활짝 피
어 오가는
길손을 반겨주고 있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날씨가 너무 무덥다고 아우성이었는데 벌써 가을이 찾아
왔구나! 가을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생각하는데 갑자기“아제! 여그 잔 쳐다 봐! 먼 생각을 그라고 하간디 사람이 불
러도 모르까?”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 형수(兄嫂)님 한 분이 허리 돌리는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하
나! 둘! 셋! 넷!’
운동(運動)을 하면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형수님이 옆에 계신 줄도 모르고 딴 생각
을 하고 있었네요.”
“먼 생각을 했간디 그라고 불러도 몰르까?” “괜한 헛생각이지 무슨 생각이나 했겠어요?”이야기를 나
누고 있는데
“오늘은 저보다 늦으셨네요.”하는 소리에 뒤돌아보았더니 마을 후배(後輩)가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었
다. “일찍 오셨던 모양이네!”
“어디 좀 다녀올 데가 있어서요.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하며 후배가 내려가는 것을 보고 마을
형수께서 “저 집 엄니가
지금 몸이 마니 안 조아서 쩌그 복내(福內) 넘어가는디 질가에 나이 많은 노인들 입원해 있는디 무슨 요
양원(療養院)이라 글드라?
거가 있는디 엊그저께 가 본께 참말로 불쌍하데!”하며 갑자기 얼굴이 흐려진다. “어디가 안 좋아 입원
하셨는데요?”
“으디가 안 좋은가는 몰라도 몸이 빼빼 말라갖고 산소 호흡기 꽂고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디 그라고 살
바에는 차라리 가신 것이 좋것드만
그것이 맘대로 안된께 그라고 있것제 잉!” “그러니까요. 그래도 요즘에는 그런 시설이 있으니 간병(看
病)하기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것이 으추고 생각하면 조은 것도 같은디 또 한편으로 생각하문 자식(子息)된 도리로 부모(父母)가
몸 안 좋다고 요양원으로
보내 불문 우추고 자식 믿고 살 것인가? 생각도 들고 참말로 복잡해지데!” “그런데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이 바깥나들이도 하지 못한 채
방에만 누워계시면 계속 누군가 곁에서 돌봐드려야 하니 그것이 큰 문제 아닌가요?” “그랑께 또 한편
으로 생각하문
사람이 딸려야 된께 문제기는 한디 요양원에 가 본께 목구멍에 음석(飮食) 넘길 심도 읍응께 팔에 닝게
루 꼽고,
코에 산소 호흡기를 꽂아놓고 있응께 영 뵈기 실드랑께!” “그래서 사람이 난 것 보다 죽는 것이 더 걱
정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병원(病院)에 계셨는데 바로 옆 침대에 복내(福內)서 사신다는 영감님
한 분이 입원하셨더라고요.”
“왜 입원했으까?” “그야 몸이 안 좋으니 입원하셨겠지요. 그런데 그 분께서 7년 동안을 어머니 대소
변을 받아내셨다고 하더라고요.”
“7년 동안이나 대소변을 받아냈다고?” “그런데 처음 3년 동안은 어떻게 한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갔
는데 4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면서 ‘어머니! 제발 가씨요! 당신이 가셔야 당신도, 나도, 우리 자식들도, 집안이 전부 다
편해지것소! 그러니 제발 가씨요!’
마음 속으로 빌었다고 하데요.” “오죽했으문 그라고 빌었것소! 그랑께 옛말에‘긴병에 효자 없다!’그
말이 딱 맞어!
그란디 나는 요양원에는 안 갔으문 좋것는디 으째야 쓸랑가 몰것네!” “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세
요?”
“나도 나이 묵으문 자식들이 그른 데로 보내제 안 보내껏이여?” “그러니까 열심히 운동하시고 건강하
게 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너 이제 갈 때 되었으니 가자!’하고 부르면 그때 딱 가시면 그런 걱정 안 하
셔도 될 거 아닙니까?”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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