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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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08-23 14:21 조회3,0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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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꼬~끼~오!’동녘의 햇님이 아직 출근도하기 전 이른 새벽부터 멀리 장 닭들의 외침소리가 들려오면서
아직 퇴근도 못한
달님은 이제야 천천히 퇴근 준비를 하는데, 한 여름 날씨로 접어들면서 매일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초들
과 전쟁을 치르는
동네 아저씨는 오늘도 변함없이 어른 키 높이만큼 자라버린 풀을 베어내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었
다. 선배(先輩)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 커다란 대(竹)밭을 지나는데 하얀 바탕에 검은 페인트 글씨
로‘죽신 끈어가지 마시오.
적발시 고발하겠음. 주인 백.’이라고 써진 커다랗고 아주 오래된 간판(看板)이 보였다. “형님! 저런
간판이 있는 걸 보면
옛날에는 주인 모르게 죽순(竹筍)을 많이 꺾어갔을까요?”묻자“지금이야 대(竹) 가격(價格)이 별것 아
니지만 옛날에는 굉장히 비쌌거든,
그러다보니 누가 죽순이나 한 개 꺾어가다 걸리면 그날은 그 사람 죽는 날이네.” “정말 그렇게 비쌌어
요?” “옛날에는
대밭이 금(金)이 나오는 밭이라고 해서 금 밭이라고 부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거든, 그래서 어떤 사람
은 매년 봄 죽순이
새로 나오면 거기에 번호표를 붙인 다음, 누가 대를 한 개라도 베어갔는가 감시하고, 또 대를 취급하는
상인에게 팔 때는 오래된 대부터
팔아 가격을 더 받았다고 하더라고, 지금 우리는 그런 것이 별로 필요 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옛날에
는 왜 그게 필요했는지
아마 모든 것이 귀했던 시절이라 그랬던 것 같아.”하자 옆의 선배께서 “옛날에는 화장실의 변(便)도
서로 퍼가려고 하던
시절이 있었어! 아마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을 거야. 그 시절만 하더라도 대부분 각 가정에
지금처럼 수세식(水洗式)이 아니고
저장 탱크에 변이 차면 사람이 소매장군으로 퍼내는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했거든, 그런데 어느 날인가
우리 집 화장실 앞에서
누군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았더니 아직 탱크에 변(便)이 많이 차지도 않았는데 서로 퍼가려고 싸
우는 거야.”
“그 시절에는 그것이 그렇게 귀했을까요?” “지금이야 농사를 지으면 볏집 같은 것도 다시 논에 넣어
퇴비로 사용하고 웃거름이나
밑거름해서 갖가지 비료도 많이 나오지만 옛날에는 논이나 밭에 넣어 농사를 지을만한 거름이 별로 없었
던 시절이니 여름이면 논둑이나
밭둑 또는 산에 있는 풀을 베어다 잘게 자른 다음 변을 퍼다 잘 섞어 삭인 다음 거름으로 쓰던 시절이니
자연히 서로 그것을
많이 퍼가려고 했거든.”하자 옆의 선배께서 “아마 내가 열아홉에서 스무 살쯤이나 되었을 거야. 우리
집 화장실에 변이 넘치게 생겼는데
‘빨리 와서 퍼가라!’고 해도 안 퍼가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옆집의 소매장군을 빌려 내가 직접 변
을 푸기 시작했네!”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변을 푸기는 펐는데 어디에 버릴 데가 없는 거야!”
“그러면 정말 곤란하셨겠네요.”
“그래서 이 궁리 저 궁리하다 친구(親舊)네 집 밭으로 지고 가서 막 부으려고 하는 데 친구 아버지가
쫓아오더니‘아니 이 사람아!
여기에 그런 걸 붓고 싶은가?’하고 막 호통을 치시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여기에
부어놓으면
거름도 되고 좋지 않을까요? 했더니 ‘여기는 절대 안 되니 다른 데로 가져가서 부어! 알았어?’하며 쫓
아내는 거야. 그래서 할 수없이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거든.” “왜 뒷산으로 가셨는데요?” “거기서 사람이 오가지 않는 골짜기에 붓
고‘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집으로 도망쳤거든. 이제는 아주 오래되어 모두 잊혀져버렸지만 왜 옛날이야기를 하면 그때가 그리운 걸
까? 우리 몸 어디에 그 시절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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