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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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08-15 16:05 조회3,09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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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운동
“내일은 곳에 따라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가득하고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바람은 푸르디푸른 애기단풍잎 사이를 지나며 귓가에‘스~스~슥!’사랑의 밀어(蜜
語)를 속삭이는데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頂上)에서 기구(器
具)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 “동상 오셨는가?”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잘 아는 선
배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항상 저보다 더 빨리 오시더니 오늘은 웬일로 늦으셨네요.” “금메! 으째 오늘은 여그 잔 올라온디
엄청 심이 마니 들어
몇 번 쉬다 본께 이라고 늦어부네!” “형님 나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힘이 드시겠지요. 그런데 어제는
왜 안 오셨어요?”
“어지께는 쩌그 중간만큼 올라오다 으째 힘들어서 의자에 앙거서 째깐 쉬다 그냥 내려가 부렇네.”
“그러셨어요? 잘하셨네요.
우리가 운동하는 이유는 몸에 좋으라고 하는 것인데 괜히 무리해서 잘못되면 오히려 안하는 것 보다 못
하는 경우도 있으니
억지로 하는 것은 좋지 않거든요.” “그렁께 말이시! 나도 그런 것은 알고 있제만 사람 욕심은 또 그것
이 아니거든,
지금도 내 마음은 별것도 다 할 것 같이 젊은디 현실은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되드란 마시!”이야기를 나
누는데 “일찍 오셨네요!”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가 가픈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더니 “아이고! 죽것네!”하며 한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생! 요즘 바쁘다면서 어떻게 시간을 내셨는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우
리 집사람이
‘가게를 봐 줄 테니 운동 좀 하고 오라!’고 하네요.” “그랬어? 그럼 제수씨 몸은 좀 어떠신가?”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암(癌) 수술(手術) 받은 환자가 어떻게 하루 이틀 사이에 좋아지겠어요? 병(病)을 이기려면 그저 열심히
운동도하고 약도 잘 먹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지요.” “그런데 내가 보기에 자네 몸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난 것 같은데!”
“저요? 아이고! 말도 마세요!”
“왜? 무슨 일이 있었는가?” “형님도 알다시피 저의 집사람이 암 수술을 받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수
술 받으러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나중에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어도 계속 치료의 연장이지 않습니까? 그러다보
니 저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러면 자네 자녀(子女)들은 안 도와주던가?” “애들은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
는데 어떻게
‘와서 도와 달라!’는 말을 하겠어요? 그래서 어쩌다 일요일 날 하루 도와주면 정말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혼자 해야지요.
그런데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그렇게 하다 보니 밤 9시경에 문을 닫는데 일이 끝나고 누우면 잠
이 쉽게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던가?” “그래서 술을 한잔씩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게 몇 개월 동안 계속되다 보니
몸이 8kg이 늘었더라고요.”
“그러면 그걸 마시면 잠은 잘 오던가?” “그런데 처음에는 잠이 잘 들었던 것 같은데 시일이 지나면서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마시게 되고 그러다 취하면 주몽사몽(酒夢似夢)간이 되어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
고 하다 보니까
몸이 조금씩 불어나는 것 같더니 몇 개월 만에 이렇게 되어버리더라고요.” “정말 고생하셨네! 그런데
몸이 너무 나면 생활하기
곤란할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제 집사람이 가게를 봐주면 술은 마시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해
야겠지요.
소주 한 병에 밥 한 공기 반만큼의 칼로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만 안 마셔도 살 빼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골집 담장 밑에 채송화가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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