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탄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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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09-19 16:26 조회3,29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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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와 탄저병
오늘은 마을의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참석한 다음, 선배 한 분과 함께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길 옆 넓은 밭에
굵직굵직하고 커다란 고추들이 빨갛게 잘 익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형님! 금년에는 고추농사
가 괜찮아보이나요?
여기서 보면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요.” “그런가? 그런데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다르거
든, 어디 한번 가까이 가보세!”하고
고추밭으로 다가서자 빨갛게 잘 익어가는 고추가 있는가 하면 말라비틀어진 것들과 빨갛게 잘 익어가다
병이 들었는지
그대로 썩어가는 것도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본 선배께서 “저게 모두 탄저병 때문인데 이 사람이 농사를
잘 지은 줄 알았더니
엉망일세! 밭을 왜 이래 놨을까?”하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약을 제때에 뿌리지 않아 저렇게 되었을까
요?”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래쪽에 고추 잎이나 작은 가지는 모두 솎아주어야 하는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니 저렇게 된 것 같거든.”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이번에는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고추밭이 눈에 들어왔다. “형님! 하우스 안에
도 구경 좀하고 갈까요?”
“그러세!”하고 안으로 들어섰는데 후끈하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하우스 안은 무더웠는데 통통하고 굵
은 고추가 잘 익어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는 것도 있었다. “왜 이렇게 금년에는 고추농사가 안 좋을까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원래 하우스 안에서 기르는 작물은 병이 없다고 하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금년에는 작황이 좋지 않
네!” “그러면 형님은 금년에
고추를 얼마나 심으셨어요?” “올해는 7백 5십주 정도 심었거든.” “그러면 아직 병은 없던가요? 그리
고 고추 아래쪽에 붙어있는
잎이나 잔가지는 전부 솎아주셨어요?” “물론 그랬지!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해마다 고추를 7~8백주 이
상했는데 할 때마다
큰 재미는 보지 못했어! 그런데 금년에는 밭에 로터리를 치면서 다른 사람을 불렀거든.” “그럼 잘하던
가요?”
“원래했던 사람은 로터리를 치려면 그냥 트랙터만 와서 대충 몇 바퀴 빙빙 돌고는‘고추 심을 수 있도
록 고랑을 내 달라!’하면
인상부터 달라지면서 매우 귀찮은 얼굴로 기계를 바꿔서 대충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끝이거든.” “그러
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던가요?”
“그 사람은 먼저 로터리를 치더니 다시 고랑 내는 기계로 바꿔 널찍널찍하게 내고나서 또 비닐까지 모
두 씌워주면서
굉장히 미안한 얼굴로‘돈은 5만원만 더 달라!’고 하더라고.” “그러면 형님 일이 많이 줄어들었겠는
데요.” “물론이지
내가 밭에 고랑 내고 비닐 씌우려면 적어도 한 3일 정도 수고는 해야 하는데 그런 걱정을 덜었으니 얼마
나 좋은가?
그런데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잠깐 음료수 한잔하면서‘고추는 포트가 달린 것과 안 달린 것이 있는
데 달린 것은 심어놓으면
잘 살지만 발육이나 생장속도가 느리고 달리지 않는 것은 심어 놓으면 몸살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그래
도 일단 활착을 하면
생장속도가 굉장히 빠를 뿐 아니라 고추도 많이 달리거든요. 그러니 그걸 심으세요. 그리고 아래쪽에 잎
이나 잔가지는 전부 다 솎아주시고
고추가 달리기 전에 미리 탄저병 약을 두 번 정도 뿌리시면 좋은데 주의 할 점은 비가 온 후 병이 땅에
서부터 올라온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러니 바닥부터 고추 대는 물론이고 잎까지 모두 골고루 약을 뿌리도록 하세요.’하
고 당부를 하더라고
그래서 시킨 대로 했는데 아직까지 병이 없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거든, 수확이 끝날 때까지 이대로만
계속 갔으면 정말 좋겠는데 아직 장마도 끝나지 않아 잘 되려는지 걱정일세!”
소백산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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