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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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우 작성일20-09-07 17:01 조회3,2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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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향
우체국 미닫이 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 환하다.
내 안의 근심이 물기빠진 스펀지같아
한 낮인데도 달이 활짝 뜬다.
손을 공손히 접고 인사하는 입술에
꾀꼬리가 화르르 실내를 가득 채운다.
이 세상 어느 풍금, 이보다 청아하게
울릴 수 있을까! 내 귀는 사진 몇장을 찍고
팔공 산사에 경의 소리를 재생한다.
헤세는 언어와 그림의 언어로
생애의 시화전을 열었듯
저들은 손님에서 사유의 자유를 얻었다
나무는 땅 속 뿌리부터 수액을 밀어 올려
꽃망울 터트릴 때 까지
소리 없는 진통을 감당해야 하듯
천심이란 무릇 이런 거다
사람이 사람에게 순수하면
이리 고운매가 된다.
그 향에 텔레파시전송을 띄우며
때마다 정성스러운 아내의 밥상같이
저들의 경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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