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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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07-18 16:15 조회3,2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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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이야기
관주산에서 선배(先輩)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산을 내려오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휘~
익!’지나가는 것을 보고
선배에게“형님! 방금 지나간 것 보셨어요?”물었더니 “참새 같아 보이던데 자세히 보지 않아 잘 모르
겠네. 지난번 뉴스를 보니
요즘 그것들도 개체수가 많이 줄어 상당히 귀하다고 하는데 여기 산에는 아직도 많이 살고 있겠지?”
“개체수가 줄었다고요?
그래도 저의 집 건너편 기와집에는 몇 마리나 살고 있는지 몰라도 이른 새벽 날도 새기 전에 ‘짹!
짹!’거리는 바람에 시끄러워
잠을 못잘 지경이고, 또 농촌에서는 가을만 되면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면서 곡식에 피해를 준다던
데요.”
“가을이면 나락이 피어나 여물려고 뜨물이 들기 시작하는데, 그때 새들이 이 논에서 저 논으로‘우르
르’몰려다니며
그걸 빨아 먹어버리기 때문에 여물이 들지 못한 채 죽정이만 남고 그래서 많은 피해(被害)가 발생하는데
농촌(農村)에서는
그게 골치 거리거든.” “가을이면‘쿵! 쿵!’큰소리 나는 대포(大砲)를 발사(發射)하기도 하던데 그게
별로 효과가 없을까요?”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고 사람이 지켜 서서 새를 쫓는다는 것도 힘이 들고 그러니
그것이 문제 아니겠는가?”
“그러면 참새를 모두 잡아 먹어버리면 어떨까요?” “그게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천만 마리도 넘을 텐
데 그걸 어떻게
다 잡아 먹어버릴 수가 있겠는가?” “새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농담인데요. 사실 그것도 별로 실효성 없
는 이야기네요.”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아버지께서 넙적한 판자를 서너 장 이어 붙여 만든 판(板)의 받침대에 끈을 길게
달아서 세우고 그 밑에
쌀 같은 곡식을 뿌린 다음 새들이 와서 먹기를 기다리는데, 처음에는 그것들도 약어서 잘 오지 않더라
고, 그런데 오래 기다리고 있으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오더니 나중에는 한 무리가 내려앉아 떠들고 야단이더라고, 그때 줄을‘확~’잡아
당기면‘우~루~루!’
날아가는데 그래도 몇 마리 정도는 잡히거든.” “그건 바구니로도 잡지 않았나요?” “그때 바구니를
사용하기도 하고 또 챙이(키簸)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것들은 안에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새가 들어있으면 손을 넣어 잡다 놓치는 경우
도 있는데 무거운 판자를
사용하면 깔려 죽기 때문에 그럴 염려가 없거든.” “그러면 참새고기를 드셔보셨어요?” “그때는 내가
어린 시절이라 먹어보지는
못했는데 옛말에 참새가 소(牛) 궁둥이에 앉아‘내살 한 점하고 니 살 열점하고 안 바꾼다!’고 했다 하
거든, 다시 말하면
참새고기가 그 정도로 맛있다는 말인데 나는 먹어보지는 않았어.” “그럼 그걸 잡아서 어디에 쓰셨어
요?” “우리 아버지 술안주가 되었지!
어디에 썼겠는가? 그 시절에는 먹거리가 귀했기 때문에 서너 마리만 있으면 훌륭한 안주가 되었으니 나
까지 먹을 것이 있었겠는가?”
“저의 어린 시절에는 산고기를 요리해서 파는 식당도 있었고 또 참새구이를 팔았던 포장마차도 있었는
데 지금은 모두 사라진지 오래되었네요.”
“산고기는 멧돼지나 노루, 고라니를 잡아 요리해서 팔았던 것 같은데, 그 시절에도 그렇게 인기 있는
요리는 아니었던 것 같더라고,
그리고 참새구이는 내 생각에 병아리를 구워서 팔았던 것 같거든.” “왜 참새가 아니고 병아리였다고
생각하세요?”
“자네도 생각해보게! 매일 수 십 마리씩 참새구이가 팔렸을 텐데 그 많은 것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러나 어찌되었던 참새나 꿩, 비둘기, 까치 같은 새들은
모두
우리와 함께 살아온 토종이고 텃새들이거든 그러니 항시 우리가 보호를 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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