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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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5-08 15:08 조회3,71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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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일생
마을 형님 한분과 함께 시내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형님의 휴대폰에서‘띠~로~링!’하고 문자가 도착했다는 신
호음이 들려왔다. “아이고! 요새 그노무 코로나19 조심하라고 자꼬 문자가 와싼디 이것 지우기도 성가시네!”하며 확인하
더니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며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형님! 왜 그러세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무
슨 일이 아니고 안 있는가? 재작년부터 계속 요양원에 있다 엊그저께 병원으로 옮겼다는 친구 말이여!
그 친구가 죽었다고 부고장이 왔단 마시.” “그랬어요? 안타까운 일이네요.” “나하고는 진짜 깨복쟁이 친구였는디 또
한사람이 이라고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가부렇구만.”하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고인(故人)과는 얼마나 친하셨는데요?”
“그 사람이 어릴 때 우리 집 바로 밑에서 살았는디 나하고 나이도 동갑인데다 생일까지 똑 같네! 그랑께 더 친할 수밖에
없지 않것는가? 그란디
어릴 때는 징하게 못 살었거든.” “그러면 고생을 많이 하셨겠네요.” “그랬제! 그랑께 초등학교
막 졸업하고 벽돌 찍는 공장으로 들어가 기술을 배왔어.” “그러면 나중에 기술자가 되셨나요?” “그랬제! 그란디 사람
이 워낙 부지런하고 착실항께 그 사람이 찍은 벽돌은 인기가 아주 좋았거든.” “그러면 돈을 많이 버셨겠네요.”
“그런데 자기가 운영하는 공장이 아니고 남의 밑에 있는 사람이 벌었으면 얼마나 벌었겠는가? 그래도 그 시절에는 벽돌이
나
브록크가 잘 팔리던 시절이니 공장에서는 기술이 좋으면 월급을 많이 주고라도 서로 모셔가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렇게 잘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걸 때려치우더라고.” “왜 그랬을까요?” “갑자기 운전을 배우고 싶다는 거야!” “그런데 그
시절에는
운전학원도 없었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트럭 조수로 따라다니며 운전을 배우는데 온갖 잡일을 다 해주며 배우니
고생이 이만저만 말이 아니었거든.” “그러면 운전면허증은 그때 따셨을까요?” “그랬지! 그리고 모래 싣고 다니는 트럭
을 한 대 사더니
그야말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래와 자갈을 실어다 배달을 했어.” “그런데 모래와 자갈을 마음대로 채취할 수 있었을까
요?”
“지금 같으면 큰일 날 일이겠지만 그때가 벌써 50년 훨씬 전이었으니 모래나 자갈을 채취해도 단속을 안 하던 시절이어서
마을 앞 하천에 차를 대고‘빵! 빵!’소리만 내면 동내 사람들이 밤이고 낮이고 삽을 들고 달려 나와 모래고 자갈이고
차에 실어줬다고 그러데.” “그러면 수고비는 줬겠지요?” “물론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뭐 하러 나와 고생을
하겠는가?
하여튼 그렇게 열심히 노력을 하니 차츰 살기도 좋아지고 현재 살고 있는 곳에 집도 멋있게 새로 짓고 해서
내가 보기에도 기분이 좋더라고.” “정말 잘하셨네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또 택시를 운전하더라고.” “택시가 더
수입이 좋았을까요?”
“자네도 알다시피 트럭은 아무래도 무거운 짐을 취급해야하니 고생이 많지만 택시는 그렇게 무거운 짐은 없지 않은가?
또 워낙 사람이 착실한데다 친절하고 그러니 여기저기 단골손님들도 상당히 많았던 모양이더라고.” “정말 잘하셨네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니 조금씩 살기도 좋아지고 이제는‘큰 부자는 아니라도 밥은 먹고 살만하다!’는 소리는 들었는
데
어느 날 부턴가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몸이 말라가면서 사람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치매까지 겹치더라고.”
“왜 그랬을까요?” “그래서 병원에 가봤더니 파킨슨병이라고 그러데! 젊어서 그렇게 말도 못하게 고생만 하더니
이제 살만하니 하늘나라에서 데려가 버리니 정말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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