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불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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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7-24 15:08 조회3,47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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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불장난
5월 달 달력을 한 장 찢어내자 어느새 달려왔는지 6월이 내 앞에 서서 빙그레 웃고 있는데, 누구네 집 울타리에
는 아직도 5월이 많이 남아있는지
엊그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붉고 노란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지나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고, 앞산
뻐꾸기들은‘뻐꾹! 뻐꾹!’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택배를 하나 보내려고 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
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자 선배 한분이 나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
안 잘 지내셨어요?”
“보시다시피 나는 항시 잘 있어! 그런데 동생 건강은 어떠신가?” “건강은 좋은 편이에요.” “몇 년 전 암
수술 받았다더니 지금은 어떤가?”
“그것도 벌써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일세!” “그런
데 여기는 웬일이세요?”묻자
“내가 지난번에 엉뚱한 불장난을 했드니 벌금이 나왔드란 마시! 그래서 오늘 그것 잔 내불라고 왔네!” “엉뚱
한 불장난이라면
무슨 불장난을 하셨는데요?” “그러니까 며칠 전 집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나니 제사(祭祀) 모시려고 음식
장만하면서 썼던 신문지
또 과일 쌌던 종이, 나무젓가락 같은 쓰레기가 눈에 보여 집 아래 밭 한구석에 놔두고 불을 질렀는데, 불을 피
워놓고 보니 지난번 사온 고추모종
담아왔던 검정 플라스틱판하고 빈 종이박스가 있어 그것도 불에 던져 넣었는데 갑자기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
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겠는가? 불 피운 자리는 옆으로 옮겨 붙을 염려도 없고 해서 그냥 그렇게 놔두고 지켜보다가 문득
길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소방차가 소리도 없이 왔더라고.” “어떻게 알고 왔을까요? 혹시 누가 신고했을까요?” “글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소방차가 보여
얼른 불을 꺼버렸거든.” “그럼 그냥 가던가요?” “불을 끄면 가 버릴 줄 알았는데 소방대원이 밭둑까지 올라
왔어! 그래서‘불 다 껏으니 안심하고
그냥 가씨요!’했드니 기어이 불 피운 자리를 둘러보고 모두 꺼진 것을 확인하더니‘어르신! 앞으로는 조심하세
요. 또 이러시면
과태료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하고는 두말도 없이 가 버리더라고. 그런데 문제는 이삼일 지나고 나니 어떤 젊
은 사람이 찾아왔어. 그래서
‘누구시냐!’물었더니 ‘저는 군청 환경과에 근무하는 직원인데 혹시 어르신께서 2~3일전 밭에 불을 피운 적이
있습니까?’묻더라고
그래서‘그랬다!’고 했더니 사진을 보여주며‘누군가 어르신이 불 피우는 장면을 사진을 촬영해서 익명으로 안
전신문고에 고발했습니다.’하더라고.”
“사진을 찍어 고발을 했다고요? 누가 그랬을까요?” “글쎄 익명으로 고발을 했다니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어
찌되었건 군청 직원의 말로는
‘불을 피운 것은 사실이니 과태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겠네요.’하더라고.” “그러면 과태료는 얼마나 나왔는
데요.” “군청 직원의 말로는
‘과태료가 50만 원인데 어르신께서 악의적으로 불을 피운 것도 아니고 또 피운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셨으니
제일 적은 금액 2십 5만원을
납부하면 되는데 혹시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정식 재판을 청구하실 수도 있습니다.’하더라고.” “그래서 과태
료 납부하러 오셨어요?”
“그러면 어쩔 것인가? 내가 평소처럼 빈 종이박스와 플라스틱판은 따로 묶고 또 다른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 놓았으면
그런 일도 없었을 텐데 괜스레 술 한 잔 마시고 그걸 태우는 바람에 소방차 출동했지, 또 군청직원 찾아왔지 여
러 사람 수고를 끼쳤으니 과태료라도 얼른 납부해야 되지 않겠는가?”
무더위 속에서도 하얀 참깨 꽃은 예쁘게 피어나 수줍은 듯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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