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04-30 14:39 조회3,179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따~르~릉! 따~르~릉!’선배의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접니다. 지금 산에서 내려가고 있는데요. 내일 모임 말씀이세요? 그런데 곤란하겠다고요? 왜요? 형수님 때문에 힘들겠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요즘 오미크론 때문에도 모이지 말라고 그러니 다음 달로 미루면 어떻겠어요? 예! 알았습니다.
그러면 다음 달로 미루겠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고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전화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온 전화인데 그렇게
심각하세요?”물었더니 “우리 선배님에게 온 전화인데 이번 달 모임을 다음 달로 미루자고 그러네.”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럴까요?”
“그 형님 부인이 진작부터 몸이 좋지 않아 요양원에 계셨는데 며칠 전 집으로 모셔왔거든.” “요양원으로 모셨으면
그냥 거기에 계시라고 그러지 왜 집으로 모셔왔을까요?” “다 사정이 있으니 모셔왔겠지 괜히 모셔왔겠는가?
그런데 모시고 오니 정말 힘이 드는 모양이야!” “어떤 점에서 힘이 들까요?” “원래 형수님이‘나!’밖에 모르는 성질이 있거든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천천히 하반신을 쓸 수가 없어지더라는 거야.” “왜 그랬을까요?” “병원에서는‘노환이어서 그런다!’했다는데
그래도 어떻게 치료를 해 보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더라고,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걸을 수가 없어 자리에 눕게 되니까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라고.” “어떤 점에서 문제가 생겼는데요?” “그게 자녀들이 있다고는 해도 반찬이라든가
빨래라든가 모든 것을 그 형님이 맡아서 해야 하니 그게 보통 일인가?” “하긴 그러겠네요.”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집사람이
문병(問病)을 갔는데 형수님께서‘어야! 동상 내가 이라고 있응께 우리애기 아부지한테 미안해서 안 되것단마시
그랑께 자네가 으디 잘 아는 요양원 잔 소개해 줄 란가? 그라문 우리 애기아부지도 편하꺼이고 나도 더 편할 것 같응께!’그래서
‘요양원으로 가시면 식구대로 편하고 좋지요. 그러면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해서 가족들 합의하에 가까운 곳에 입원시키고
보름쯤 지나 면회를 갔는데 ‘왜 휴대폰도 없이 요양원에 입원을 시켰냐?’며 야단을 치더라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없이 휴대폰을 넣어드렸는데 날마다 집으로 전화를 해서‘무엇 무엇이 필요하니 가져와라!’그래서 가져가면
‘필요도 없는 것을 뭣 하러 가져왔냐?’며 퇴짜 놓기 일쑤고 또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다른 사람 돌보는 꼴을 못보고
꼭‘나만 돌봐 달라!’고 하니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어!”
“그러면 집에서 돌봐줄 사람은 있을까요?” “돌봐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무리 자녀들이 있다고는 해도
그래도 영감님이 고생하시지 그런데 문제는 그 형수님이 잠시도 영감님을 가만 두지 않고 ‘애기아부지, 애기아부지,’ 부르면서
처음에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보톡스를 맞았냐?’며 따지더니 별의별 것을 다 꺼내면서 사람을 괴롭힌다고 그러네.”
“그러면 영감님이 정말 고생이네요.” “그런데 며칠 전 이른 아침 종합운동장에서 그 형님을 만났거든. 그래서
‘형님 이렇게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하면 몸에는 별로 좋지 않다고 하네요.’했더니 빙긋이 웃으며‘나도 알아!
그런데 나도 자네 형수 죽으면 같이 가려고 일부러 이렇게 해로운데서 운동을 하고 있네!’하시더라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요?” “그래도 그 형님 말씀이 ‘옛날 젊었을 때는 집 사람이 나를 수발했으니
이제는 내가 수발해야 되지 않았는가? 그러니 나에게 고생한다! 는 말은 하지 말게!’하시더라고.”
제가 살고 있는 전남 보성 초암산 철쭉 꽃입니다. (2022년 4월 23일 촬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