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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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04-02 16:57 조회4,0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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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원수
공과금을 납부하려고 우체국에 들러 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옆구리를‘쿡!’찌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후배가 빙그레 웃으며“형님 오셨어요?”하였다. “그래 동생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는가?”
“자동차세 낼 때가 되어서요.” “그래! 나도 세금 때문에 왔거든. 그런데 엊그제 자네 골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던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는가?” “그거요? 별일 아니어요.”하면서도 인상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집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자네 고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던데 무슨 일 때문에 그랬던가?” “그게 우리 아랫집 영감님 있지 않습니까?” “그 영감님이 어째서?”
“진작부터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입구에 동그란 원을 그리더니 ‘여기는 내 땅이라며!’거기에 화단을 만든다며 돌로 쌓고
흙을 채우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던가?” “그런데 처음에는 그게 있어도 차나 사람 다니기에 별 문제가 없어
그대로 놔두고 아무 말도 안 했거든요. 그랬더니 어느 날부터 그걸 조금씩 조금 씩 앞으로 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럼 지나다니기도 불편했겠는데!” “처음에 화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동네 형님에게‘영감님이 자꾸 길에다 장난을 치는데
저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물었더니‘저 양반 이제 돌아가실 때가 되어 맘이 변해 저런 것이니 자네가 이해를 하고 지나다니기에
별 불편 없으면 그냥 그대로 놔두게 영감님이 살면 얼마나 사시겠는가? 그리고 돌아가셔도 저 길을 짊어지고 가실 것인가?
어쩔 것인가?’하셔서 그냥 놔두고 보고 있었더니 어느 날부턴가 거기에 또 흙을 채우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아주 조금씩 늘어내고
또 늘어내고 그러더니 이제는 사람 다니기도 비좁을 정도로 돌을 쌓고 흙은 채워 놓았더라고요.” “그러면 먼저 자네에게
‘내가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할란다!’고 양해를 구하고 일을 하시던가?” “그랬으면 제가 못하게 했지 가만 놔두겠습니까?
그리고 꼭 저나 집사람이 없을 때를 어떻게 알았는지 그때를 이용해서 살며시 해 놓으니 일일이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가만히 두었더니
아마 그 양반 속으로는 ‘내가 이렇게 해 놓은 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하고 마음 놓고 하신 것 같거든요.”
“그러면 자네가 따지니까 뭐라고 하던가?” “우리하고 원한(怨恨)이 많아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원한이 있었는데?”
“그러니까 십 여 년 전에 영감님이 우리 집으로 쫓아오셨더라고요.” “왜?” “우리 아랫집에 사는 후배 있지 않습니까?
그 후배가 어느 날 영감님 댁을 찾아와 느닷없이‘연탄 값을 내 놓으라!’했다 그러데요. 그래서 ‘아니 느닷없이
무슨 연탄 값을 달라하느냐?’했더니 ‘저의 집 사람이 자신의 집 연탄을 아제가 바지게에 안보이게 숨겨서 가져가는 걸 봤다! 고 하더라
그러니 연탄 값을 내 놓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한다,’했다고 ‘왜 사람을 도둑으로 만드냐?’며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우리 집 사람은 그런 말 한 적도 없고 또 그때 그 후배를 불러서 따지니까‘내가 거짓말했다! 며
어르신 앞에 무릎까지 꿇고 사과했다는데 원한이 많아요? 차라리 땅이 욕심나서 그런다! 고 하시지 왜 그렇게 속이 훤히 보이게
거짓말을 잘 하세요? 하여튼 골목길에 이런 걸 만드는 것은 불법이니 빨리 치우세요! 만약 이삼일 내에 치우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 고 했더니 결국은 치웠더라고요. 형님도 아시다시시피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웃사촌도 사람을 잘 만나야 사촌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웃집 원수더라고요.”
4월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에 진달래꽃들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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