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었을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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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5-02-01 11:28 조회1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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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젊었을 적에!”
일기예보에 그렇게 추워질 거라는 이야기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어제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동장군이 찾아와 멍멍이 물그릇의
물은 꽁꽁 얼려놓고 지붕 위 여기저기에 하얀 서리를 몽땅 뿌려놓고 사라졌는데 하늘은 해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빙긋이 웃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하나! 둘! 셋! 넷!” 팔운동을 하고 있는데 선배께서“운동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가?” 묻는다.
“그건 왜 물으세요?” “자네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는가?” “글쎄요! 아마 한 10분쯤 되었을 것 같은데요.”
“그 정도면 운동 충분히 했을 테니 이제 그만 내려가세!” “아니 여기 온지 10분밖에 안됐는데 왜 내려간답니까? 그래도 최소한
한 30분 정도는 해야지요.” “30분을 하면 너무 무리해서 금방 몸살이 나도록 돼있어 그러니 내 말이 맞는 줄 알고 그만 내려가세!”
“그러면 한 5분만 더 있다 가시게요.” “5분만 더 있다 가자고? 그러다 또 보너스로 10분만 그래서 15분 더 있다 가자 하려고 그러지?”
“아니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자네에게 한두 번 속아본 줄 아는가?” “뭘 또 속기는 속았다고 그러십니까?
그래도 이렇게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하는 게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숲속에서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거 아닙니까? 혹시 집에 늦게 가면 형수님께서 쫓아낸다고 하지는 않으셨지요?”농담을 주고받으며 운동을 마친 후 내려오는데
“동생! 목이 마른데 저기 샘에서 목 좀 추기고 갈까?”해서 “그러세요.”하고 산골짜기 한쪽에 수도 파이프를 통해서
물이 흘러나오는 약수터로 향했는데 지난여름 장마철에는‘콸! 콸!’폭포처럼 쏟아지던 물이 어린아이 오줌 줄기만도 못하게
‘졸~졸!’ 흐르고 있었다. “형님! 요즘 계속 비가 내리지 않고 가물어서 그런지 물이 별로 안 나오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요즘 같은 갈수기에도 마르지 않고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나오는 것을 보면 여기는 우리 몸에 정말 좋은 보약 같은
진짜 약수(藥水)가 나오는 것 같거든.” “형님 말씀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물이 그렇게 조금씩 흐르는데 무슨 보약이 되기나 할까요?
더군다나 요즘에는 약수터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 아닙니까?” “그렇지! 옛날에는 지금처럼 각 가정마다 수도시설이 되어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주 부잣집 아니고는 집안에 우물 있는 집이 드물었거든, 그래서 대부분 가정에서는 마을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는데 그게 여름철이면 수인성전염병(水因性傳染病)이 퍼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거든.” “저의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여름이면 콜레라 같은 병이 많이 유행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물만 끓여 먹었어도 생기지 않았을 텐데 그 시절에는 그걸 몰랐으니
전염병이 유행했던 것 같거든요.” “또 여름이면 이질이나 장티푸스 같은 병들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그런 병들은
우리가 손만 잘 씻고 물만 잘 끓여 먹었어도 걸리지 않는데 그 시절에는 앞뒤 가릴 시간도 없이 너무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특히 여름만 되면 그런 질병들이 많이 유행했던 것 같아.” “그리고 저의 어린 시절 동네의 누나가 소풍을 가서
‘옹달샘에서 물을 마셨는데 나중에 개구리는 낳았다. 또 뱀 새끼를 낳았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거든요.” “‘여자들은 야외에 나가면
물 같은 것은 함부로 마시지 말라!’ 일종의 경고 같은 메시지겠지 어떻게 사람이 물을 마셨는데 개구리나
뱀 새끼를 낳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요즘에는 약수터마다 수질검사를 해서 먹기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정해서
안내문을 붙여 놓으니 그것만 조심한다면 옛날처럼 그런 병은 생기지 않을 것 같거든.”
지난 2025년 1월 28일 촬영한 눈 내린 관주산 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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